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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영화리뷰] <더 보이(2019)> : 장르에 대한 몰이해가 낳은 참사

iposteverything 2019. 5. 24. 15:49

더보이 (Brightburn), 2019

영화 : 더 보이 (2019)(원제 Brightburn)

감독 : 데이비드 야로베스키

 

총평부터 말하자면 난 이 영화가 쓰레기라고 생각한다.


- 이 영화는 공포영화다. 히어로영화도, 다른 무엇도 아닌 공포영화. 공포영화의 정체성은 관객이 공포를 느끼는 데에 있으며, 따라서 관객이 조금도 공포를 느끼지 못한다면 그 영화는 실패한 영화다.

 

- 공포영화의 역사는 매우 길다. 더이상 뻔한 점프스케어, 살인마 따위로 관객이 공포를 느끼기에 관객들은 그런 요소를 너무 많이 봤다. 그게 이 영화의 맹점이다. 여기에서 그걸 빼면 아무것도 없다. 귀신이 아닌 인간? 진작에 '제이슨'이 있다. 어린 아이의 몸을 한 살인마? <오멘>에서 봤고 <오펀>에서 봤다. 이미 웬만한 소재는 나올대로 나온 호러 장르에서, 관객이 어떻게 하면 공포를 느낄 수 있을까에 대해 조금도 고민해보지 않은 티가 너무 많이 난다.

 

- 공포의 기본은 '알 수 없음'에 있다. 주인공을 괴롭히는 게 무엇인지, 그게 알려져있다면 왜 그러는지, 하다못해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는지, 알 수 없기 때문에 긴장하고, 두려워하는 것이다. 이 영화는? 영화 도입 30분도 채 되지 않아서 이 소년이 다 죽이고 다닐 것이라는 걸 예상할 수 있고, 그렇게 프로그래밍된 건지 그냥 악한 존재인지는 모르겠지만 살인의 이유가 지 눈에 거슬려서라는 걸 알 수 있다. 소년의 능력에 별다른 제한도 없으니 인물이 성공적으로 도망치기를 바라는 기대도 들지 않는다. 그냥 어디서 날아와서 죽이겠지. 이 시점에서 관객이 할 수 있는 건 살인자의 시선을 따라가는 것밖에 없다.

 

- 맞다. 모든 공포영화가 피해자의 시선을 따라가지는 않는다. 살인마(가해자)를 주인공으로 삼는 영화도 많다. 이 영화도 그 중 한 가지이고. 그러나, 이 방식이 매력적이려면 살인마가 매력적이어야 한다. 나름의 확고한 철학을 지닌 사상범이든지, 광기에 서린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든지, 하다못해 살인의 방식이라도 예술적인 인물이어야 관객이 그에게 매력을 느끼고 이입할 수 있다. <더보이>의 브랜든은 여기에서 무얼 가지고 있나. 그가 사람을 죽이는 이유는 자기가 원하는 걸 방해하기 때문이다. 잘해줘야 사춘기 청소년의 반항밖에 못 되는 이유로 일어나는 살인에서 무슨 철학, 멋, 카리스마를 기대할 수 있는가? 심지어 엄청난 초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의 살인 방식은 다 어딘가에서 봤다. 저 사람은 이렇게 죽겠네? 하면 그냥 그대로 죽는다. 관객의 예측을 조금도 빗겨나가지 않는 살인마의 행동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.

 

- 고어적 요소가 사용된 것도 그런 의미에서 너무 뻔하다. 잘 사용되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. 첫째로 쓸데없이 심리적 저항감만 높아져서 관객이 몰입하기 힘들다. 둘째로 피해자의 시체를 보지 않는 편이 더 공포스럽다. 관객이 직접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. 살인마의 정체도, 그의 동기도 아무 미스테리 없이 공개하고 시작했으면 피해자의 몰골이라도 상상하게 해줬으면 좋았을텐데, 그것마저 친절하게 다 보여준다. 그냥 '이렇게하면 사람들이 충격받고 무서워하겠지?'하고 넣은 장면들이라는 생각에 헛웃음밖에는 나오지 않는다.

 

- 이 영화의 모티브가 '악한 슈퍼맨'이라는 말을 들었다. 소재는 괜찮다. 근데 그걸 그대로 공포영화로 내버리면 재미가 없는 게 당연하다. 슈퍼맨이 히어로로서 인기 있는 것은 그가 항상 강력하기 때문이다. 위험한 상황에 내가 '지금이야 슈퍼맨!'하면 그 순간에 슈퍼맨이 나타나서 위기를 해결해주는 것이 슈퍼맨, 혹은 다른 히어로물의 매력이다. 그런데 공포영화에서 '지금 브랜든이 튀어나오겠지?' 하는데 정말 그 순간에 브랜든이 나타나면 그것만이 재미 없는 게 없다. 예측되는 것에 무슨 공포가 있나. 예측되는데 어쩔 수 없이 당하는 건 공포가 아니라 그냥 폭력이다. 심지어 타락한 슈퍼맨의 주제는 이미 게임 <인저스티스>에서, 이것보다 훨씬 그럴듯하게 다룬 바 있다.

 

- 무엇보다 브랜든의 행동에 정당성이 하나도 없다. 앞서 서술한 살인의 동기와 비슷한 얘기인데, 주변인물들을 다 살해하고 그들의 시체마저 있는 그대로 다 보여주려면 적어도 이유라도 그럴듯해야 관객이 수긍할 수 있다. 근데 얘는 그냥 지 맘에 안 드니까 사람 죽이는 거라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는다. '세계를 정복하라'는 메시지에 세뇌된 듯한 묘사도 나오는데, 그게 이유라면 더 문제다. 자기 의지도 없는 인형이 사람들 죽이고 다니는 걸 내가 왜 봐야 하나? 인간의 심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에게 느껴지는 코스믹호러라고 주장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, 그럴거면 클로버필드마냥 크리처물을 만들었어야지 뭐하러 굳이 주인공의 어릴 적부터 학교 생활까지 제시하냐는 말이다.

 

- 엔딩에 빌리 아일리쉬의 'bad guy'가 삽입된 것도 마음에 안 들었다. 이 노래를 이딴 영화에 붙인다고?

 

 

다시 총평

1/10

이것보다 나쁜 영화도 존재는 할 거라고 생각해서 0점 아니고 1점.

이건 공포영화 장르에 대한 모독이고

슈퍼맨을 모티브로 따왔다면 슈퍼맨에 대한 모독이고

자신의 곡이 사운드트랙으로 쓰인 빌리 아일리쉬에 대한 모독이다.